서울역 2층 대합실서 버거 삼국지
3층서 영업 버거킹 이동으로 성사
매출 최상위 점포, 점장은 베테랑
25일 오후 3시 서울역 2층 대합실에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웬만한 식당은 점심 장사를 마치고 잠시 쉬는 이 시간에 롯데리아 서울역점은 50여 명의 손님으로 좌석이 꽉 찼다. 사람들은 앉을 자리부터 찾은 뒤 키오스크로 메뉴를 골랐다. 주문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쉴 새 없이 새 주문번호가 떴다. 기차 시간이 가까웠는지 포장 햄버거를 건네받곤 바삐 움직이는 이들도 보였다.
최근 점포 내부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연 롯데리아 바로 옆엔 맥도날드가 9월 말 완공을 목표로 매장 재단장에 들어갔다. 맥도날드 매장도 얼마 전까진 쉴 틈 없는 롯데리아와 똑같은 풍경이었다. 맥도날드 옆엔 또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손님을 맞기 위해 막바지 정비를 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가장 목 좋은 자리인 2층 대합실에서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이 맞붙기 직전이다.
30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은 모두 서울역 신역사가 오픈한 2003년 서울역점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롯데리아, 맥도날드가 서울역 2층에서 다퉜고 버거킹은 한발 떨어진 3층에서 영업을 해왔다. 버거킹이 이번에 2층으로 이사해 29일 문을 열면서 국내 1~3위 업체 간 버거 삼국지가 성사됐다. 2024년 기준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출은 맥도날드가 1조2,502억 원으로 선두다. 롯데리아, 버거킹이 각각 9,954억 원, 7,927억 원으로 뒤를 잇는다.
여기에 2024년 4월 문을 연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까지 더하면 서울역 버거 대전은 4파전이다. 다만 파이브가이즈는 다른 곳과 달리 대합실 바깥에 있고, 가격대가 다소 비싸 고객층에 차이가 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서울역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나란히 경쟁하는 지역은 전국에서 서울역 단 한 곳밖에 없다. 물론 관광·업무 상권에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몰려 있는 경우도 있긴 하나 서울역처럼 매장이 딱 붙어있진 않다.
상징성 큰 서울역점, 일제히 매장 재단장
서울역점은 하루 종일 북적이는 매장이라 햄버가 프랜차이즈 입장에서 더 관심을 기울이는 면도 있다. 세 회사가 보유 중인 대형 복층 매장과 비교하면 서울역점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서울역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승객이 끊이지 않아 햄버거 손님도 줄을 잇는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연령대가 햄버거를 즐기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도 찾는다.
서울역에 간편하게 식사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은 점도 햄버거 프랜차이즈에는 최적의 입지 조건이다. 실제 롯데리아, 맥도날드 서울역점은 전체 매장 가운데 매출 최상위권에 속한다. 워낙 바쁜 매장이다 보니 롯데리아, 맥도날드는 제품 주문, 조리, 전달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베테랑 직원을 서울역 점장에 앉힌다.
버거킹이 이사한 이유 역시 서울역 유동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 버거킹 서울역점이 기존 운영하던 3층은 2층보다 상대적으로 기차 승강장에서 멀어 덜 붐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에 비해 잠재 고객이 적은 상황이었다. 버거킹 관계자는 "고객 접근성을 위해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 회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선 재단장을 두고도 업계에선 서울역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말이 나온다. 한 회사가 점포 환경을 개선하면 다른 회사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재단장은 서울역사를 운영하는 한화커넥트가 전체 상업 시설을 새로 꾸미는 작업 차원에서 이뤄진 면도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서울역점 재단장에 대한 자체 판단도 있어 한화커넥트와 협의하에 진행했다"며 "서울역점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직영점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등이 바뀌면 가장 먼저 리뉴얼을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나란히…버거 대전 앞둔 서울역[New & Good] ㅣ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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