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가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외식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순댓국과 짜장면 등 서민 메뉴들이 이미 1만원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유독 햄버거만은 가격 인상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국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 5개사의 매출도 올해 사상 최고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점포에서 판매하는 주요 햄버거 세트는 여전히 5000원대 수준에 그친다. 점포별로 별도 런치타임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어 실제 체감가는 이보다 낮다. 롯데리아 서대문점의 경우 점심 시간(오전 11시~오후 2시)에 방문하면 버거 단품을 3000원대에도 살 수 있다.
맥도날드 상황도 비슷하다. 맥도날드 연신내점은 런치타임 할인을 통해 브랜드 대표 메뉴인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와 빅맥 세트를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불고기버거 단품은 2200원이다.
가격이 다소 높다고 인식돼 온 버거킹도 최근에는 가성비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다. 과거 프리미엄 버거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버거킹 어플을 통해 주문하면 세트 기준 7000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버거킹 대표 메뉴인 불고기와퍼 세트도 7500원에 판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아의 경우 한우불고기버거 판매가 매출에 크게 기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에는 고가 메뉴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한우 메뉴여도 9000원대에 판매돼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햄버거 가격이 다른 외식 메뉴에 비해 오르지 않은 이유는 재료 수급 구조와 조리 과정이 비교적 단순한 덕분이다.
일반 식사 메뉴는 육수나 반찬 등 준비 과정이 많이 필요하지만, 햄버거는 조리 과정이 간단하고 회전율이 높아 원가 부담이 적다. 테이블 회전율도 빨라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
소비 시간대가 다양하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햄버거는 아침·점심·저녁 구분 없이 판매가 이뤄지고, 카페형 인테리어 확산으로 체류 수요까지 확보하면서 전반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영향에 국내 주요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일제히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올해 상반기 매출 5363억원, 영업이익 3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 59.7% 증가한 수치다. 롯데GRS는 지난해 총 9954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 클럽에 근접했는데, 올해는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KFC, 맘스터치 등 다른 프랜차이즈도 올해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1조250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실적이 11.8% 증가했다.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가 예상된다.
버거킹·맘스터치·KFC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차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반적인 외식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햄버거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가성비 한 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고물가 국면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외식 카테고리"라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