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빽다방·벤티 등 5개사
올해들어 1200개 늘어날동안
프리미엄은 100개 증가 그쳐
메가커피 영업익 1년새 55%↑
2~3년내 스타벅스 추월할듯
불황에 가성비 소비 확대되고
1억미만 창업비에 점포수 쑥
퇴직을 앞둔 직장인 홍 모씨(53)는 요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 퇴직금으로 치킨집이나 개인 카페를 창업하면 위험 부담이 크고, 편의점도 포화 상태라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저가 커피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권리금을 뺀 창업비용도 1억원 미만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다”고 말했다.
저가 커피(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가 매장 수 1만개를 돌파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정체기에 접어들며 매장 수가 저가 커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프리미엄 커피(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를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경기·고물가로 인해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된 점이 프리미엄에서 저가 커피로 시장이 재편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매장 수 면에서 프리미엄을 압도하며 소비자들이 주변에서 점포를 쉽게 찾거나 방문할 수 있게 하는 접근성도 저가 커피의 힘이 됐다. 치킨, 편의점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이 정체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저가 커피 매장 창업비용은 보통 1억원 미만(권리금 제외)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창업 수요가 몰리면서 대세로 떠올랐고, 이게 매장 수의 빠른 증가로 이어졌다.
5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국내 5대 저가 커피 업체(메가MGC·컴포즈·빽다방·더벤티·매머드커피) 매장 수는 1만개를 넘어 1만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비해 5대 프리미엄 커피(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피빈·엔제리너스) 매장 수는 4800개로 저가 커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저가 업체의 경우 1500~2000원, 프리미엄 커피 업체는 4500~5500원 수준이다.
저가·프리미엄 커피는 매장 증가 속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며 점차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저가 커피 매장은 2023년 8200개에서 지난해 9800개로 1년 새 1600개 늘었다. 올해는 10개월 새 1300개 증가했다. 이에 비해 프리미엄 매장은 지난해 40개, 올해 들어서는 100개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가 커피 업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곳은 메가MGC다. 2022년 2073개 매장을 운영한 메가MGC는 2023년 2709개, 2024년 3420개로 매장 수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5일 기준 3966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연내 4000호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메가MGC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서 4000호점을 무난히 넘길 것”이라며 “매해 외형과 손익 모두 두 자릿 수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커피 2위인 컴포즈도 매장이 2022년 1901개에서 지난해 2772개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이미 3000개를 넘어섰다. 3위 빽다방은 같은 기간 1244개에서 1842개로 증가했고 더벤티(1500여 개), 매머드(800여 개)도 꾸준히 점포 수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5대 프리미엄 커피 업체는 시장 주도권을 저가 커피 업체들에 빼앗기는 모습이다.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1·2위인 스타벅스코리아·투썸플레이스는 매장 수가 아직은 늘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는 정체 상태이거나 오히려 매장 수가 줄며 일부는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매출·영업이익 1위인 스타벅스조차 지난해 말 2009개였던 매장 수가 올 상반기 2050개로 늘어나는 데 그쳤고, 투썸플레이스는 같은 기간 1670개에서 1700개로 소폭 증가했다.
3위 할리스의 매장은 2020년 585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495개로 매해 줄고 있다. 미국계 커피 브랜드인 4위 커피빈도 2020년 279개에서 매해 줄어 올 상반기 기준 219개로 쪼그라들었다. 5위 엔제리너스는 2020년 513개에 달했지만 올해 284개로 반 토막 났다. 이 중 커피빈을 운영하는 커피빈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1세대 저가 커피로 지금은 중가 커피로 불리는 이디야커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1000~2000원대 저가 커피의 파상공세 속에서 2000~3000원대 중가 커피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019개로 전국 1위를 기록했던 이디야 매장 수는 2023년 2821개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2581개로 줄었다. 또 다른 1세대 저가 커피 업체인 커피에반하다는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6월 아예 파산 선고를 받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는 물론이고 이디야 등 1세대 저가 업체들도 지금은 중가 수준이어서 5대 저가 커피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 1위 메가MGC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1위 스타벅스 매장 수의 2배에 근접해진 데 이어 영업이익마저 2~3년 내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메가MGC는 매출 4660억원, 영업이익 107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4.6%, 55.1% 성장한 것이다. 이 속도라면 2~3년 내 영업이익 2000억원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벅스는 2022~2024년 연 매출액이 평균 8.8%가량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393억원에서 1907억원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조557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754억원으로 0.5%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경기에 기호식품인 커피를 소비하는 소비자들로서는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들의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저가 커피 퀄리티도 상향평준화돼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이상 저가 커피 브랜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업체들의 브랜드 파워가 줄었고, 불경기·고물가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커진 점이 저가 커피 대세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빠듯해진 지갑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더욱 따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 1억원 미만인 창업비용이 은퇴세대의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매장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출처 : “커피빈·할리스·엔제리너스 다 어디갔나”…무너진 귀족 커피들, 너무 비쌌다 ㅣ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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