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 10만명당 각 62.9개·57.3개 생활권 곳곳서 입점…치킨 공화국 현실화 배달시장 확대·브랜드 경쟁이 성장 견인 과밀·수익성 악화 우려…"질적 경쟁해야"
한국이 치킨 공화국으로 불릴 만한 통계가 나왔다. 전국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 수가 사상 처음 3만 곳을 넘어서면서다. 외식 물가지수 상승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치킨 프랜차이즈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자영업 구조의 과열 경쟁과 지역 상권의 양극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통계(잠정)에 따르면 치킨 전문점은 3만1천397개로 집계됐다. 1년 새 1천592곳이 늘며 5.3% 증가했다. 가맹점 매출은 8조7천790억 원으로 7.3% 늘어 프랜차이즈 업종 가운데 매출 비중 3위를 차지, 명실상부 국민 외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광주·전남에서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광주 지역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9천158곳, 전남은 1만69곳으로 확대됐다. 인구 1만 명당 가맹점 수는 광주 62.9개, 전남 57.3개로 전국 평균(60.7개)을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의 이면에는 경쟁 과열과 수익성 압박이 자리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종사자 수는 오히려 감소(2.4%)했고, 가맹점당 인원도 2.08명으로 줄었다. 인력을 줄여 비용을 낮추는 대신, 배달·프로모션 의존도를 높이며 운영을 버티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종사자 1인당 매출은 1억3천430만 원으로 늘었지만, 배달 수수료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영업이익 개선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주 북구에서 7년째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한 점주는 "배달앱 수수료와 각종 프로모션 비용이 매출의 20~30%를 차지한다"며 "매출은 늘어도 남는 돈은 되레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닭고기·식용유 등 원가 부담, 임대료 상승까지 겹치면서 매출 성장=성공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급증의 배경으로 ▲배달 플랫폼 확산 ▲브랜드 간 출점 경쟁 ▲창업 접근성(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꼽는다. 하지만 동일 상권 내 과밀이 심해질수록 점포 간 제로섬 경쟁이 불가피하고, 브랜드 간 할인 경쟁이 심화될수록 자영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광주·전남처럼 자영업 비중이 높은 지역은 충격이 더 크다. 지역 경제 구조상 일자리·소득 상당 부분이 소상공인 업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확산이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자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권 다양성을 해치고 유사 업종 쏠림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경제계는 해법으로 ▲메뉴·콘셉트 차별화 ▲로컬 식재료 연계 ▲홀·체험형 복합 매장 전환 ▲디지털 주문·고객관리 도입 등을 제시한다. 더불어 지자체 차원의 맞춤 컨설팅, 원가·물류 효율화 지원, 과밀 업종에 대한 창업 정보 제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점이 3만 곳을 넘어선 지금, 시장은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브랜드 의존형 창업에서 벗어나 지역화·전문화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출처 : 남도일보(http://www.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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